기계 사회

주말 내내 컴퓨터를 조립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잘 쓰던 컴퓨터를 뜯어내야만 했던 이유는 컴퓨터 케이스 필드테스트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필드테스트라는건 물건을 공짜로 받는 대신에 사용기, 후기를 정성스레 남겨주는 이벤트성 일이다. 기존에 쓰던 케이스를 열고 부품들을 하나하나 정성껏 제거하고 먼지를 털어주었다. 내 컴퓨터는 부품의 나이가 모두 다르다. CPU, 하드 디스크, SSD, RAM 등등 컴퓨터를 한 번에 구매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조금씩 상위 부품을 추가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부품은 그대로 가져다쓰고 하다 보니 서로의 고향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다. 가장 나이가 많은 건 아마 하드디스크 일 것이다.

오늘은 새로운 케이스가 왔기 때문에 그전에 사용하던 케이스는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어딘가에 취직되기 전까지는 아마 창고에 있을 것이다. 운이 나쁘면 창고에 계속 있다가 복귀시기를 못 맞추어 폐기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케이스에 들떠서 이리저리 사진 찍던 나에게 친구의 전화가 왔다. 마침 친구가 케이스가 필요해서 일자리를 잃은 내 예전 케이스를 소개시켜 주었다. 흔쾌히 케이스의 취직이 결정 되었다.

컴퓨터는 참 신기하다. 조그만 부품을 이루는 데에도 수많은 기계장치가 들어가고 그 부품들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컴퓨터가 된다. CPU는 인간의 뇌와 같은 장치로 무수한 연산처리를 한다. 하드디스크는 그것을 기록하고 저장하고 램은 하드디스크와 CPU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물론 파워서플라이가 없다면 더 원초적으로 CPU와 하드디스크, 램이 자리 잡을 수 있는 메인보드가 없다면 모두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컴퓨터는 어떻게 보면 작은 사회와 같다. CPU는 연산을 처리하고 법안을 처리하는 국회나 국가 행정기관 메인보드는 그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영토 (중간 중간에 콘덴서와 칩들은 집이라고 하자) 하드디스크는 모든 것을 기록하는 도서관, 비디오카드는 모니터에 화면을 비춰줘야 하니 미디어, 램은 중간계층, 파워 서플라이는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노동자, 카드리더기는 대충 통역사라고 해야 맞을까?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역할 분담이 잘되어있다. 게다가 서로의 일이 한 가지만 잘못되어도 일처리가 제대로 되지 못한다. (이 부분은 참 사회랑 다르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일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도 문제가 있어도 돌아가긴 돌아간다. 에러가 한참 뒤에 뿜어져 나오는 건 이상하지만. 에러검출 능력이 낮은가)

방금 새로운 케이스가 들어와 구형 케이스가 바로 교체되는 것도 사회와 닮았다. 실질적인 예로 스마트폰의 보급화로 인해 mp3플레이어의 가격이 많이 떨어지게 되고 관련 산업이 많이 없어졌다. (가격방어가 잘된다는 애플의 아이팟 나노 16g 가격이 5~7년 전 30 만 원 정도 였는데 지금 아이팟 나노 5세대가 10만 원대이다.) mp3플레이어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관련 기술자는 소수만이 선택받고 나머지는 업종을 변경해야 했다. 국내 mp3생산 라인들도 차례로 문을 닫고 다른 콘텐츠로 눈을 돌렸다. (분명 실업자가 다수 생겼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기계 사회가 되었다. 기계어를 못 알아듣는 우리를 위해 휴대폰은 한국어를 배웠다. 정말 영화처럼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경우가 생기는 건 아닐까?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가 생각이 없다고 누가 단정 지어 말할까? 억지를 부리면 컴퓨터는 생각이 있다. 그 시기가 조금 정해져 있는데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이라던 지 공모전 제출 하루전날 혹은 급한 일로 컴퓨터를 써야할 때는 주인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비오는 날에는 우울한 마음에 벼락에 몸을 맡겨 사망하신다. (웃자고 한소리이다) 컴퓨터는 분명 공정에 맞게 제작 되어 있어서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 ‘기계적 행동‘ , ‘컴퓨터 계산‘ 과 같은 말에서 왠지 정확할 것 같은 이미지를 받는다. 그런데 그런 컴퓨터도 종종 에러를 뿜어댄다. 사람도 비슷한 게 아닐까?

사람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기본적인 사회적 통념을 배우고 지키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가끔 범죄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물론 범죄가 나쁜 것인지 모르고 저지르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올바르지 못한 것임을 알고 있다.

우리는 기계를 인간에게 도움을 주고 능력을 확장시켜주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말이 틀린 건 아닐까? 우리가 기계를 만들어 내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고 기계는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인간은 뇌에서 전파를 받아 행동한다. 과학적으로도 인간은 생명체이자 기계이다. (기계 심장을 가진 사람도 있는데..뭐) 전기를 끊어버리면 기계는 작동을 못하지 않냐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음식을 끊으면 사람도 작동을 멈춘다. 둘 다 작동이 멈춘 다음 각자의 원동력을 넣어줘도 사람은 작동을 하지 못하고 기계는 작동을 한다. 어쩌면 사람은 제2의 인류로 기계를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인류는 진화를 거듭한다. 현대 인류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비하면 엄청난 진화를 했다. 사람이 기계를 계속 개발하는데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인류가 생명체로써 진화를 하다가 생명체의 근원으로는 인간이상의 진화가 더 이상 불가능해 바이러스에도 감염이 안 되고 부분적으로도 작동하는 기계로의 진화를 하는 것이다.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더라도 생명을 가지고 있는 기계문명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문명은 생명체 문명보다 훨씬 더 많은 과학기술과 발전을 이루었다)

우리 사회가 기계문명이었다고 가정하면 이미 나는 화성이나 안드로메다에 있었을 것이다. 역사나 과학기술은 책으로 남거나 훼손되거나 잃어버리는 구간 없이 쭉 발달되었을 것이고 그 진화 속도는 엄청났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 손으로 자신의 존재를 없애고 있는 것 같다. 요즘 디자인 감성, 옛날의 향수를 느끼는 디자인 등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이 유행하고 있다. 혹시 이건 인간의 생존본능에 의한 것은 아닐까?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시대가 오면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2011 - 이미지비평 15주차 과제 (이영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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